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이 잇따르는 사고로 인해 신뢰를 잃은 지금, 고장을 사전에 진단하고 예측하는 기술인 PHM 기술의 발전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PHM, 예지 진단 통해 고장 시점 ‘사전’에 예측
배터리 열폭주·자율차 운행 중단 및 사고 발생 방지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이 잇따르는 사고로 인해 신뢰를 잃은 지금, 고장을 사전에 진단하고 예측하는 기술인 PHM 기술의 발전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미래 모빌리티를 이끄는 두 산업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다는 목적 아래 발전했다.
전기차는 친환경이라는 테마의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날았다.
Charge Info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15년 5,712대에 불과했던 전기차는 2024년 2월 기준 54만7,455대로 약 100배가량 증가했다.
▲연도별 전기차 보급 추이 표(그림 출처: Charge info)
훨훨 날던 전기차는 잠시 날개를 접었다. 모든 산업이 그러하듯이 전기차 산업 앞에도 꽃밭만 펼쳐진 것은 아니다.
전기차 충전료 인상, 부족한 충전 인프라, 보조금 축소 등 환경을 위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전기차의 판매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전기자동차협회 주관으로 개최된 ‘2023 전기차리더스포럼’에서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탄소중립은 필수이며, 친환경은 의무이기에 전기차의 흐름은 끊기지 않을 것”이라며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는 지금은 숨고르기 기간으로 전기차의 각종 문제점 해결과 경착륙을 줄일 수 있는 시기”라고 전했다.
자율주행의 휴게는 전기차보다 더 빨리 찾아왔다.
2016년 구글과 우버 출신 직원이 설립한 아르고 AI는 포드에게 1조3,000억원, 폭스바겐에게 3.3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지원받으며 세계 3대 자율주행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으나 2022년 10월 돌연 폐업을 선언했다.
2014년부터 10년간 수 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의 자율주행 프로젝트 애플카도 2024년 2월 개발 포기를 알렸다.
수요 둔화와 개발 중단의 이유로는 배터리 열폭주로 인한 전기차 화재와 테슬라, 웨이모 자율주행 차량의 잇따른 사고 소식으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도 두 산업의 위축 원인으로 종종 언급되고는 한다.
안전이 최우선으로 꼽히는 자동차 산업에서 위와 같은 사고 소식은 매우 큰 위험요소임이 분명하다.
앞서 언급했던 이슈들에 따라 신뢰성 확보를 위한 기술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PHM(Prognostics and Health Management, 건전성 예측 관리)은 설정한 수명에 다다르기 전에 의도한 성능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고장에 이르는 현상을 막기 위한 대표적인 유지보수 기술이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과 수많은 반도체와 센서가 탑재되는 자율주행차의 사고를 예방하는 데 목적이 있다.
PHM의 핵심은 예지 진단을 통해 고장 시점을 ‘사전’에 예측한다는 점이다. 이는 시스템 정비 방법의 경제성 부문에도 영향을 끼쳤다.
과거 정비 방법이었던 사후정비(Coreective Maintanance)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수리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예비 부품을 준비하지 않았을 경우 부품 발주부터 교체까지 자칫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그 기간 동안 운영을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비효율적인 사후정비 방법을 벗어난 예방정비(Preventive Maintanance 또는 Planned Maintanance 등)으로 발전했다. 이는 고장 이력 데이터를 토대로 한 평균 수명에 앞서 부품 교체 등을 통해 문제 발생에 대비하는 방법이다.
말 그대로 고장을 예방한다는 데 있어 큰 장점을 가지나 상태 문제 유무와 없이 주기적으로 부품을 교체하여 비용이 낭비되는 경우가 많다는 단점도 가진다.
반면 PHM 기술은 상태 정보를 수집하여 시스템의 이상상황을 감지하고 분석 및 예지 진단을 통해 고장 시점을 사전에 예측함으로써 설비관리를 최적화하는 기술로 위와 같은 예산 낭비도 줄일 수 있도록 한다.
우리나라 PHM학회는 1980년대 일반 항공기 사고율보다 30배 높은 헬기의 사고를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PHM 기술은 현재 센서 등을 통해 시스템 이상 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지, 분석, 예지하여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는 방법으로 발전되어 자동차 산업에 적극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모빌리티 트렌드에서 PHM 기술은 차량의 성능, 기능 안전 확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며 위에서 언급했던 배터리 열폭주를 예방하기 위한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경우 현대자동차 책임연구원을 담당위원으로 한 대한기계학회의 2023년 11월 뉴스레터의 ‘모빌리티 내구 기술’ 테마기획에서 “PBV, UAM, 로보 택시 등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자율주행 시스템과 커넥티드카 기술의 적용이 늘어나면서, 고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율 차량의 운행 중단이나 사고 발생의 방지가 필요하게 된 것이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차량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활용한 차량 시스템의 기능 안전의 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동차 PHM 적용 예시(그림 출처: Sensor Systems for Prognostics and Health Management, 저자 Shunfeng Cheng 외 2명)
자율주행에서의 PHM은 자율차 운영 시 정상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구동에 필요한 전기, 전자적 상태와 함께 센서 및 ECU(Electronic Control Unit)들의 고장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ADAS)를 비롯 여러 시스템이 차량에 도입되면서 수많은 센서들이 탑재되었고, 이들은 운전자 및 제3자의 안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PHM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이 2024년 1월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열폭주 예지 및 PHM 기반 관리’를 주제로 펼쳐낸 R&D BRIEF에서는 전기자동차 시장은 급격히 성장 중이지만, 최근 열폭주 관련 사고가 급격히 증가하여 안전문제가 이슈로 대두됐으며 열폭주의 독특한 연쇄반응 및 화재 특성, 그리고 높은 문제 해결 난이도 때문에 최근 배터리 PHM 관련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실렸다.
특히, 배터리 열폭주 현상은 화재 발생 시 피해가 막대하며 관리가 어려운 특성 때문에 전조증상을 파악하여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열폭주 PHM은 전기차 상용화에 핵심기술로 간주되고 있다.
배터리에서의 건전성 상태는 깨끗한 새 배터리와 사용 중인 배터리의 성능과 상태를 비교하여 나타내는 것으로, PHM 시스템을 통해 발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양극, 전해액 등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PHM 개략도(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열폭주 예지 및 PHM 기반 관리_기초연구본부 선정 RD 이슈 연구동향)
열폭주로 인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는 일을 방지하는 기술임은 확실하나 아직 가야 할 길도 많다.
한국연구재단의 R&D BRIEF에서는 “국내·외 열폭주 연구는 난연재료 개발, 다양한 환경조건에서 실험을 통한 열폭주 특성 규명, 배터리 셀·모듈·팩 모델링 및 최적설계 기술 개발, 차세대 배터리 관리기법 개발 등 다학제·다방면에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으나, 높은 문제 해결 난도 때문에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산적해 있는 실정”이라는 내용도 실렸다.
지하주차장 출입을 두고 주민들의 갈등이 빚어지는 등의 사회적 문제는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을 바탕으로 하는 시민들의 낮은 신뢰성에서 기인한다.
자율주행 또한 미국 등에서 들려오는 사고와 교통 방해 소식으로 인해 높은 신뢰성을 가지지는 못한다.
내연기관차에서도 화재는 발생하고,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도 사고가 나지만 전기차와 자율주행 사고 소식은 대서특빌되며 더 큰 불안감을 조성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미래 모빌리티를 이끄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산업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원천 기술인 PHM의 발전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