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기반 자율주행은 교차로와 같은 복잡한 교통 환경에서 차량의 자체 지능화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이며 자동차, 통신 등 핵심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우리나라는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을 충분히 실현시킬 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안희진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韓 도로 100m마다 라이다 설치시 114만개 vs 등록 차량 2,550만대 라이다 탑재
고정 주기 신호등 평균 딜레이 42초… 예약 시스템 평균 0.15초·평균 99% 감소
28GHz 통신망 사용·공공 인프라 민간화 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가능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은 교차로와 같은 복잡한 교통 환경에서 차량의 자체 지능화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이며 자동차, 통신 등 핵심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우리나라는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을 충분히 실현시킬 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안희진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지난 14일 화성산업진흥원이 주관한 ‘제16차 모빌리티 분야 기술세미나’에서 스마트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을 주제로 발표하며 차량 자체 현재까지는 주로 차량 중심으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진행되어 왔으나 인프라 중심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더욱 유리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현재까지 주로 차량에 라이다, 카메라 등의 첨단 장비를 장착하여 자체적으로 환경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었다.
반면 최근에는 인프라 중심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더욱 유리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차량의 지능화를 넘어 인프라의 스마트화라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안 교수는 공학한림원 자율주행위원회가 지난 9월 ‘자율주행 Global 1등 그 길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김영기 위원장이 과거 통신 분야에서 핸드폰의 지능화보다 기지국을 통한 중앙 통신망의 구축이 성공을 거둔 사례와 같이 자율주행 분야도 이와 유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자동차와 인프라의 융합 자율주행이 이를 뜻하며 Vehicle x Infra Automatic Vehicle(V x I AV)로 통칭한다.
우리나라는 고속도로 길이, 자동차 매출, 반도체 시장 점유율, 통신망 보급률 등 여러 지표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충분히 현실적인 접근이다.
안희진 교수의 제어 및 지능형 시스템 연구실은 왕복 6차로를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프라 기반 예약 시스템을 실험했다.
예약 기반 시스템을 통해 차량이 교차로를 진입하기 전 인프라와 통신하여 예약을 하고, 충돌 가능성을 인프라에서 확인해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게 한다.
차량은 통신이 가능하며, 인프라가 차량의 위치와 시간을 예약하고 교차로 진입을 승인하거나 거부하는 방식으로, 이 시스템은 고정 주기 신호등과 비교해 상당한 이점을 보여주었다.
시뮬레이션 결과 고정 주기 신호등을 사용할 경우 평균 딜레이가 42초, 최악의 경우 107초였으나, 예약 시스템에서는 평균 0.15초, 최악의 경우 8초로 딜레이가 대폭 감소했다.
이는 평균 딜레이가 99%, 최악의 딜레이가 92% 감소하는 결과로, 교차로의 효율성이 극적으로 향상됨을 보여주었다.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은 경제성에서도 큰 장점을 지닌다.
경제성으로 보면 국내 도로 길이에 100미터마다 라이다를 설치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우리나라 전체 차량의 수인 2,550만대의 5%에 해당하는 수만 라이다를 설치하면 된다.
또한 차량의 복잡한 장비를 대폭 줄일 수 있어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차량에 고가의 라이다와 GPU를 탑재하는 대신, 도로에 필요한 장비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자율주행 차량의 비용을 낮추고 보급을 촉진할 수 있다.
인프라 기반 자율주은을 통신망의 고도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최근 통신사들이 28GHz 주파수를 반납한 상황에서 이 주파수를 자동차 전용 네트워크로 구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는 자율주행을 위한 충분한 대역폭을 제공할 수 있으며, 지능형 도로 인프라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도로 인프라는 공공재로 여겨져 왔지만, 안희진 교수는 민간 기업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어 사업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핸드폰 무선통신 서비스가 공공이 아닌 민간 기업에 의해 발전된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SKT와 같은 민간 기업들이 경쟁을 통해 무선 통신을 발전시킨 것처럼, 도로 인프라도 민간 기업들이 참여하여 DSP(Driving Servie Provider) 개념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공공 인프라에 센서를 설치하여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이를 더 프로세스하여 주행 정보를 생성하고 주행 경로를 안내하는 등의 다양한 사업 모델을 포함하며 주행 제어를 도와주는 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다.
미국 미시간주와 텍사스주 그리고 중국 허베이에서는 이와 비슷한 성격의 테스트들이 구상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2022년 7월 미시간주에서 민간 기업이 도로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은 차량의 지능화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공학한림원의 자율주행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연구기관의 노력 아래 인프라 중심의 자율주행이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솔루션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