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국내서 집계된 2021년 동물실험에 희생된 숫자가 488만 마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세계적으로 해마다 2억 마리에 달하는 동물이 화장품·화학물질 등의 독성실험으로 희생되는 가운데 이를 대체하는 소프트 리소그래피 기반의 장기칩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관련 장비 시장의 성장 룸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칩 위의 인간 장기 구현(이미지:everflow)
화학물질시험서 '30년 동물대체 60%·장기칩 1조 시장
소프트 리소그래피 기술, 생체 모사 장기칩 기반 기술
2022년 국내서 집계된 2021년 동물실험에 희생된 숫자가 488만 마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세계적으로 해마다 2억 마리에 달하는 동물이 화장품·화학물질 등의 독성실험으로 희생되는 가운데 이를 대체하는 소프트 리소그래피 기반의 장기칩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관련 장비 시장의 성장 룸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장기칩은 전자회로가 놓인 칩 위에 △간 △폐 △신장 등 다양한 인체의 조직 세포를 배양해 특정 장기의 기능과 특성을 모방하고 생리적·역학적 반응까지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최초의 장기칩은 2010년 허동은 펜실베니아대 바이오공학과 교수가 개발했으며 약 3cm 크기의 폐(Lung) 장기칩을 선보인 바 있다.
■ 1조 시장 장기칩, 글로벌 TBT 가능성 有
▲장기칩(사진:everflow)
해외에선 서구권을 중심으로 동물대체시험이 떠오르고 있다. 최근 미국 FDA는 장기칩 및 컴퓨터 모델링 등을 통한 비임상 시험을 정의하며 대체시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2019년 미국 환경청(EPA)은 2035년까지 화학물질에 대한 척추동물 실험 중단을 선언한 바 있으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의약품 개발단계에서 동물실험을 배제하는 대체시험법 논의가 활발한 상황이다.
국내서도 환경부 정책 비전, 국회 동물대체시험 활성화법 발의, 한국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한국HSI) 등 관계기관 푸시로 화학물질시험서 2030년까지 60% 수준으로 대체실험 자료 활용 비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정책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 네스터’에 따르면 세계 장기칩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3000만달러(약 380억원)에서 2030년 7억7000만달러(약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평균성장률(CAGR)은 36.54%에 달하는 수치이다.
오재호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장은 “동물대체시험법 관련한 OECD 시험 가이드라인은 무역기술장벽(TBT)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기업들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현재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국가는 ICATM (International Cooperation on Alternative Test Methods)에 가입한 미국, 유럽 등 5개 지역밖에 없으며 한국이 5번째 정식회원국으로 가입하며 시험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 반도체용 소프트 리소그래피 기술, 장기칩 탄생의 기반
▲장기칩에서의 소프트 리소그래피 공정(이미지:everflow)
장기칩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업체는 주로 미국과 유럽에 포진해 있다. 미국 기반은 △Emulate △Nortis △AIM Biotech △Hesperos 등이 장기칩 연구와 제품화를 수행하고 있으며 유럽은 △독일의 TissUse △네덜란드의 Mimetas △영국의 cnBio △프랑스의 Elvesys 그룹 산하 everflow 등에서 미세유체칩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러한 장기칩 탄생의 기반에는 반도체 공정의 아이디어가 영감을 주었다. 나노 및 마이크로미터 반도체를 생산하는 미세공정은 채널 등 인위적인 구조물을 만들어내는데, 이러한 점을 이용해 모세혈관과 같은 파이프 형태의 좁은 채널을 만들고 유체 흐름 등을 구현해 장기 조직의 미세환경을 모방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소프트 리소그래피 기술이 장기칩 분야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장기칩은 실리콘 계열 물질인 폴리디메틸실록산(PolyDiMethylSiloxane, PDMS)을 활용해 미세 패턴을 구현한다. PDMS 소재의 장점은 부드럽고 신축성 있으며 투명도가 높아 현미경 관찰이 용이하다. 또한 산소와 이산화탄소 투과도 가능해 세포 배양에 이점을 제공한다.
장기칩 미세 공정 과정에서 반도체 제조 공정과 마찬가지로 △포토마스크 △PDMS 본딩 △플라즈마 세정기 △에칭 △스핀 코터 등 반도체 제조에도 사용되는 다양한 장비 기술들이 응용돼 미세유체공학의 발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과 공정 결합을 통해 소프트 리소그래피 기술은 생명공학 분야, 그 중 장기칩 제조에서 급속한 활용도 증가를 보이고 있다. △간 △췌장 △위장 등 각종 내장관서부터 △심장 △폐 △근육 그리고 하나의 칩에 여러 장기 세포를 배양하는 멀티 플랫폼까지 구현하고 있다.
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안 통과를 위한 민·관 협동 토론회에서는 에뮬레이트(Emulate) 최고과학책임자인 로나 이와트 박사가 참석했다.
▲에뮬레이트 최고과학책임자인 로나 이와트 박사
간칩(Liver Chip)이 높은 수준의 인체 재현성을 가지고 있어 민·관 협력으로 신뢰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 로나 이와트 박사는 “장기칩이 다양한 분야에서 확대 적용되고 있으며 의학 및 화학 분야뿐 아니라 △농업 △국방 △나노플라스틱 등과 협업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장기칩 플랫폼의 안정적인 제도권 편입, 표준화 수행, 임상 신뢰성 확보 등 넘어야할 장벽은 많지만 ESG기조 속에서 동물대체실험 시장은 점차 커질 전망이다. 전세계적으로 관련 기업들의 장기칩 플랫폼 연구·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시장 확대에 따른 반도체 장비 시장의 모멘텀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