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장비기업 코쿠사이 엘렉트릭(이하 코쿠사이)이 국내 반도체 장비기업 유진테크에 지난달 5일 특허권 4건에 대한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코쿠사이는 150장 웨이퍼를 처리하는 배치(Batch)식 원자증착장비(ALD) Harrier-L과 그보다 적은 수의 웨이퍼를 처리하는 ALD 장비 Harrier-M을 대표적인 침해장비로 제시했다.
▲유진테크·코쿠사이 엘렉트릭 특허권 침해 소송전(그래픽:e4ds news)
유진·코쿠사이 소송 규모 고작 ‘6억’
EUV 미세공정 패권, ALD가 ‘단짝’
삼성 공급 삼각관계, 동일 고객사戰
일본 반도체 장비기업 코쿠사이 엘렉트릭(이하 코쿠사이)이 국내 반도체 장비기업 유진테크에 지난달 5일 특허권 4건에 대한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코쿠사이는 150장 웨이퍼를 처리하는 배치(Batch)식 원자증착장비(ALD) Harrier-L과 그보다 적은 수의 웨이퍼를 처리하는 ALD 장비 Harrier-M을 대표적인 침해장비로 제시했다.
■ 4건 특허 침해, 소송 규모는 ‘6억원’
유진테크가 자율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코쿠사이와 국내 자회사인 국제엘렉트릭코리아 주식회사가 유진테크에 제기한 청구내용은 ‘피고(유진테크)는 원고(코쿠사이)에게 각 금 1억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각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등’과 소송비용 피고 부담 등을 전한 것으로 밝혔다.
청구금액은 총 6억원에 이르며 유진테크의 자기자본대비 0.17%가량에 해당한다.
소장을 송달받은 유진테크는 이에 소송대리인을 통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선포했다. 코쿠사이측은 김앤장법률사무소를 통해 소송을 위임한 것으로 확인된다.
비교적 소액의 소송 규모에 관계자들과 주주들이 술렁이는 가운데 소송 배경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 옹스트롬·3D 반도체 시대, 화학증착(CVD)→원자증착(ALD) 대세
양측 소송의 중심에는 ALD 장비가 놓여있다. ALD 장비는 EUV 기반 미세 공정과 3D 메모리 적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증착 공정 장비로 대두되고 있다.
ALD의 장점은 CVD 대비 박막 두께가 100~1000배가량 얇아진다는 점이다. 또한 도포성이 우수해 균일한 박막을 만들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다만 전공정 처리시간이 길어져 생산성 저하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지만 EUV 공정이 도래하면서 마스킹 공정 수가 급감해 생산성을 보완할 수 있어 단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증착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ALD 비중은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ALD는 미래 먹거리로 인식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드마켓츠에 따르면 ALD 장비 시장 규모는 2023년 39억달러(약 5조원)에서 연평균 10%로 성장해 2028년 62억달러(약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ALD 장비 수요 증가를 이끄는 애플리케이션에는 △GAA 나노 공정 Step Coverage 높은 박막 증착 △수직 커패시터 박막 증착 △High-K 유전막 증착 △3D D램 수직 커패시터 표면 유전체 증착 △3D 낸드 플래시 등에서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미세공정과 수직 적층 공정 등 고난도 공정이 필요한 반도체에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로직과 메모리를 가리지 않고 ALD 장비가 차세대 고부가가치 전공정 장비로 각광 받을 전망이다.
■ 굴러온 돌 유진테크, 박힌 코쿠사이 밀어내
유진테크의 주력 제품은 전공정 증착장비 가운데 CVD 장비가 주요하게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앞선 배경으로 인해 ALD 부문 발전은 필수였고 유진테크는 2021년 ALD 개발을 완료해 삼성 평택 D램 공장에 첫 공급했다.
기존 ALD 장비는 코쿠사이가 한국 자회사인 국제엘렉트릭코리아를 통해 삼성에 납품해오고 있었다. 코쿠사이에 전량 의존하던 배치타입 ALD 장비 시장이었다.
유진테크의 국산화에 성공으로 배치타입 ALD는 삼성 평택 D램 공장에 순차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다. 코쿠사이 장비에서 유진테크 장비로 비중이 넘어가는 듯 보였다. 실제로 유진테크는 최근까지도 꾸준히 삼성전자와 반도체 제조장비 공급계약 체결을 공시할 정도로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었다.
유진테크의 Harrier ALD 장비 시리즈는 차세대 10나노급 이하 3차원 반도체 소자를 위한 고생산성 12인치 웨이퍼용 배치 타입 ALD 장비로, 코쿠사이 장비보다 70여장 더 많은 150장 웨이퍼 처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소송은 두 기업이 같은 고객사에 동일 장비로 경쟁하는 만큼 고객사 심기가 부담으로도 작용된다. 이에 코쿠사이는 “이번 제소와 관련해 고객사의 제품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향후 소송 공방이 어떤 방향으로 치달을지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번 싸움의 결과가 공정 패러다임 전환을 거치고 있는 차세대 전공정 증착장비 시장에 중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