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산업용가스 제조업체인 린데(Linde)가 반도체 희귀가스의 국내 생산을 선언했다. 포스코와 함께 향후 반도체 희귀가스 국내 공급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희귀가스 생산이 과연 향후 경제성을 유지하며, 지속적인 생산이 가능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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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가스 국산화 성공 조건, 경제성 관건
기술 갖춘 린데 유리 불구 산소 물량 처리 관건
포스코 산소 소비가능, 제논 생산기술은 미지수
네온, 생산 증가 시 가격 폭락 막을 방법 찾아야
[편집자주]세계적인 산업용가스 제조업체인 린데(Linde)가 반도체 희귀가스의 국내 생산을 선언했다. 포스코와 함께 향후 반도체 희귀가스 국내 공급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희귀가스 생산이 과연 향후 경제성을 유지하며, 지속적인 생산이 가능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평택 산업가스 투자 MOU 체결 관계자들이 MOU 체결 후 린데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 : 경기도청)
■ 희귀가스 국내 생산 확대 본격화
린데(Linde)가 3일 경기도, 평택시와 함께 산업가스 생산시설 투자 MOU를 발표했다.
평택에 1,500억원을 투자해 산업용 가스 생산시설을 설립하고, 제논(Xe), 크립톤(Kr), 네온(Ne) 등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2031년까지 국내 희귀가스 수요량의 절반 이상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10월에는 삼성전자와 포스코가 ‘반도체용 제논 가스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24년부터 삼성전자가 포스코로부터 제논가스를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2023년까지 광양제철소 ASU에서 제논 가스를 추출하는 설비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2024년부터 생산을 시작해 2027년까지 생산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SK하이닉스는 네온(Ne)가스의 국산화에 성공 후 공정 도입 비중이 40%까지 확대됐다고 밝힌 바 있다.
국산화에는 포스코와 티이엠씨(TEMC)와 협력했으며, 2024년까지 네온 국산화 비중을 100%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포스코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2028년까지 국내 희귀가스 수요량의 60∼70%를 포스코가 공급한다는 목표다.
▲(왼쪽 네 번째부터)포스코 유병옥 산업가스·수소사업부장, 이진수 광양제철소장, 유원양 TEMC 대표 등 참석관계자들이 ‘네온 생산 설비 준공 및 출하식’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 포스코)
■ 기술 갖춘 린데, 단기전에는 유리
이처럼 국내 희귀가스 국내 생산은 린데와 포스코 이차전으로 좁혀질 전망이다.
다만 이미 수십년간의 생산 노하우를 갖춘 린데가 단기전에서 앞서갈 것으로 보인다.
린데의 경우 미국 공장에서 희귀가스를 생산해 국내에 유통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생산시설과 똑같이 한국에 생산시설을 갖춘다면 기술 개발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포스코의 경우 네온의 공급은 성공했지만 제논, 크립톤으로 품목을 확대하기 위해선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장벽이 높다.
네온의 생산과 제논, 크립톤의 생산은 별도의 칼럼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다르다.
특히 제논, 크립톤 생산의 경우 생산과정에서 폭발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포스코가 이에 대한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상업적으로 생산이 가능한 수준의 운영 노하우를 갖추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린데가 유리하지도 않다. 기술 확보만 되면 포스코가 유리
이처럼 단기전에 린데가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희귀가스 생산을 위해서는 아주 커다란 장벽이 존재한다.
바로 초대형 공기분리 장치(ASU, Air Separation Unit)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희귀가스는 자연상의 공기(Air)에만 존재하며, 합성으로 만들어 낼 수가 없다. 또한 공기 중 존재하는 양이 아주 극소량이다.
네온의 경우 공기 중에 0.0018% 존재하며, 크립톤은 0.0001%, 제논은 0.000009%로 아주 극소량이다.
이에 최소 10만㎥/h 이상의 초대형 ASU에서 생산돼야 경제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또한 이 ASU에서 바로 생산되는 것이 아니고 별도의 생산 칼럼을 부착해 크루드 가스를 생산해야 한다.
특히 네온과 크립톤, 제논의 경우 같은 칼럼에서 생산되지 못하기에 각각 다른 칼럼을 부착해야 한다.
보통 제논, 크립톤의 생산은 산소 ASU에서 가능하고, 네온 및 헬륨의 생산은 질소 ASU에서 이뤄진다.
네온의 경우 헬륨과 같은 칼럼에서 생산이 가능하며, 크립톤과 제논은 같은 칼럼에서 생산돼 10대 1의 비율로 각각 생산된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산소 ASU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린데는 질소 ASU에 칼럼을 부착해 희귀가스를 생산해야 하는데 이 경우 네온의 생산만 가능하다.
이에 제논 생산을 위해서는 산소 ASU를 반드시 건설해야 하고, 경제성을 위해서는 10만㎥/h이상의 초대형 ASU가 반드시 필요하다.
질소 ASU를 건설하던, 산소 ASU를 건설하던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삼성전자와의 협의가 우선적으로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공정에서 대부분은 질소를 사용하고, 산소 사용량은 극히 적기 때문에 이 ASU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규모의 질소 생산량을 산출해 ASU를 건설해야 한다.
오버 캐파 규모로 질소 ASU를 생산하거나 산소 ASU 건설시에는 반드시 외부 판매가 동반돼야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온사이트로 물량을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외부 판매를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동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린데가 건설할 ASU의 규모를 알 수는 없지만 10만㎥/h를 기준으로 제논 칼럼을 부착하고 제논 및 크립톤 생산을 위해 풀가동한다면 단순 기준으로 하나의 ASU에서 1년에 산소의 경우 8,760만㎥/h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실린더 47ℓ 기준으로 제논은 약 18병, 크립톤은 약 180병 정도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성전자가 1년에 사용하는 제논의 양에 턱없이 부족한 양으로 린데가 삼성전자가 사용하는 제논의 양의 절반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다시 수천억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외부 판매가 없을 시에는 대기 중으로 질소 또는 산소를 방출할 수밖에 없으므로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질소 공급에 대한 어느 정도 협의를 마쳤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 ASU는 삼성전자 평택 5공장 공급을 목적으로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포스코의 경우 린데의 경우와 다르게 ASU에서 생산되는 산소를 철강 제조공정에 사용하고, 기존의 노후 ASU를 철거하면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경제성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되고 있다.
이에 희귀가스의 국산화 문제는 단순히 국산화라는 차원을 넘어 과연 경제성을 누가 확보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 네온, 가격 방어는 가능한가
전세계에서 희귀가스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는 대한민국이다.
특히 제논의 경우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크립톤의 경우 SK하이닉스, 키오시아, 마이크론 등이 사용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해외로 수출도 가능하다.
이처럼 국내 사용량이 높은 이유는 반도체 중 메모리 반도체 식각의 필수 소재이기 때문이다.
3D 낸드의 에칭을 위해서는 비중이 높은 캐리어 가스가 절대적인데 식각가스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제논 및 크립톤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세계적인 희귀가스의 공급불안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국가가 우리나라다.
반면 세계적으로 희귀가스의 생산량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세계 경기 및 철강 생산량 영향을 많이 받는데 건설경기 및 조선 경기 악화로 철강 생산량이 줄어들면 산소 ASU 생산 플랜트 가동 중단이 늘기 때문에 희귀가스 생산량이 줄어든다.
또한 ASU 가동량이 증가하면 희귀가스 생산량이 늘어나며, 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네온이다. Ne의 경우 주요 생산지인 2015년 우크라이나 오데사 지방의 홍수 및 전쟁 등으로 인해 역대 최고치의 가격을 기록한 이후 지속 하락해 2020년에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국내 소매 판매 금액이 수입가격에도 못 미치는 ℓ당 60원을 기록하는 등 기현상을 보인 바가 있다.
이에 남아프리가 사솔에서는 생산을 중지하기도 했으며, 중국에서도 철강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해 희귀가스 ASU를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런 희귀가스가 가격 폭등을 보인 것인 주요 산지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린데, 포스코 등이 국내 생산을 바라보고 있는 2027년부터 2028년 이후의 가격은 현재 시세만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질소 및 산소의 생산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희귀가스 생산을 위해 생산되는 질소와 산소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공중으로 버리지 못하면 동반으로 산업가스 가격 하락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산소와 질소의 외부판매시 현재 산업가스 시장의 가격 교란을 가져올 수도 있으며, 기존 산업가스 중소기업들의 판매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질소 ASU에서 꾸준히 네온의 생산은 지속되기 때문에 국내 네온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가격 하락폭이 커져 2020년과 같은 가격 폭락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ASU 가동을 위해서 대규모의 전기가 필요한 만큼 탄소감축 문제도 부각될 수 있다.
이에 반도체 필수 소재의 국산화를 위해 희귀가스의 국내 생산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경제적 논리에 의해 프로젝트 중단 등이 발생하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