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리싸이클링은 쌓여만 가는 산업폐기물과 도시쓰레기에 포함된 재이용 가능한 자원, 즉 2차 자원을 수집하고 활용하여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에 대응하는 기술이다. 한국자원리싸이클링학회를 이끄는 목포대학교 이만승 교수를 만나 국내 리싸이클링 산업에 대한 진단과 학회의 목표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원 리싸이클링,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에 대응
한국자원리싸이클링학회, 54번 째 학술대회 개최
이만승 학회장, 자원 무기화에 재활용으로 대응해야
지난 2019년,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는 국내에 자원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줬다. 경제, 외교, 안보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자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이른바 소부장 관련 정책들을 쏟아냈다. 기업들 역시 경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소부장 자립, 특히 소재 자립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소재 자립화 움직임은 해당 사건이 불러온, 유일하게 긍정적인 방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본질적으로 광물자원(이하 자원)이 부족한 나라다. 소재를 만들 기술이 있다 해도 소재를 만들 자원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첨단 산업에 활용되는 희토류의 42%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자원 리싸이클링은 부족한 자원의 한계를 극복할 수단으로 과거부터 주목받았다. 쌓여만 가는 산업폐기물과 도시쓰레기에 포함된 재이용 가능한 자원, 즉 2차 자원을 수집하고 활용하여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에 대응하겠단 것이다.
지난 2010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산업폐기물 및 도시쓰레기 속의 희토류 전체 가격이 33조 원에 달한다고 평했다. 또한, 휴대전화 폐기물 1t에서 금 400g, 은 3㎏, 구리 100㎏가량 추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한국자원리싸이클링학회 이만승 학회장 [사진=이수민 기자]
지난 13일(목)부터 14일(금)까지 전남 여수 유탑마리나 호텔&리조트에서 한국자원리싸이클링학회 2021년 춘계 임시총회와 제54회 학술발표대회가 열렸다. 학회장으로서 한국자원리싸이클링학회를 이끄는 목포대학교 이만승 교수를 만나 국내 리싸이클링 산업에 대한 진단과 학회의 목표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만나 봬서 반갑습니다. 한국자원리싸이클링학회는 어떤 학회입니까?
A. 우리 학회는 지난 1992년 6월 18일, 현재 명예회장이신 연세대학교 오재현 교수님께서 창립하셨습니다. 학회 설립 목적은 이름처럼 ‘자원 리싸이클링’ 연구입니다. 원광석보다 우리 생활이나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2차 자원에 포함된 무기(無機) 물질을 회수해서 소재화하기 위해 현재도 산학연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Q. 국내 자원 리싸이클링 기반 기술과 대상 물질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A. 원소주기율표 상의 무기 물질을 회수하는 방법에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원광석을 제련하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는 우리 학회의 목적인 2차 자원, 소위 도시광산에서 회수하는 방법입니다. 두 방법은 같으면서도 다릅니다.
원광석은 채굴이 매우 중요합니다. 2차 자원은 이미 채굴된 것으로, 우리 학회에선 이를 원활하게 처리하는 방안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2차 자원 처리 기술로는 크게 △자원 처리, △건식 제력, △습식 제련이 있으며, 제련된 자원의 △소재화 기술도 포함됩니다. 우리 학회는 관련 기업과 연구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Q. 미래 산업의 발전은 자원 확보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내 소재 산업의 발전 측면에서 자원 리싸이클링이 왜 중요한 것입니까?
A. 저는 자원과 식량을 같은 개념으로 여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쌀의 경우, 해외에서 싼값에 수입할 수 있음에도 국내 농민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그러지 않습니다. 또한, 쌀 수출국이 쌀을 무기로 우리 국민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자원도 그렇습니다. 일본과 중국의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 분쟁에서 일본이 과감하게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흔히들 희토류라 부르는 희유금속을 중국이 많이 보유하고 있어 이를 무기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2차 자원 환경은 다양성은 크지만, 생산성이 낮습니다. 이 점에서 국내 기업들이 자원 리사이클링 사업에 망설이고 있습니다. 환경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희유금속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은 자명합니다.
Q. 현재 국내 자원 리싸이클링 산업의 애로사항은 무엇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십시오.
A. 희유금속의 일정량은 반드시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국내에는 조 단위 규모의 소재 기업이 없습니다. 그나마 큰 회사가 1~2천억 수준인데, 요즘처럼 철광석과 구리 광석값의 등락이 심하면 버티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쌀처럼 정부가 희유금속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에 재정적인 지원을 해줘서, 지원을 받은 업체가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현재 희유금속 산업 대부분이 소재 활용 측면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적으로 볼 때 자원 확보가 더욱 중요합니다. 소재 활용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원 자체가 확보되지 않으면 소재화를 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2차 자원을 환경적으로만 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환경도 중요합니다. 미래를 위해서 자원 확보 측면으로도 정책 방향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자원 리싸이클링은 “자원 처리–건식 제련–습식 제련–소재화”로 이뤄집니다. 자원 처리는 자원공학과에서 많이 다루지만, 건식 제련과 습식 제련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두 기술을 융합하는 예도 늘고 있지만, 국내에서 습식 제련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의 수가 20명이 채 안 됩니다.
중국 후난성에 있는 중난대학(中南大学)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 건식 및 습식 제련 기술의 본산인 곳인데, 교수 1명이 박사 과정이나 박사 후 과정을 밟고 있는 전공자 20명을 이끌고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석사 과정까지 포함하면 이 규모는 4~50명가량으로 늘어납니다.
제련 산업은 국가 기간 산업인데, 우리나라가 중국을 따라가야 할 처지입니다. 따라서 건식 및 습식 제련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정책적인 배려가 시급합니다.
Q. 향후 한국자원리싸이클링학회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A. 현재 회원 수 1,000명, 회원사 수 50개 이상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직 관련 기업과 출연기관, 학계가 중심인데, 재활용 산업의 파이를 키울 대기업, 업계의 어려움을 전달할 통로가 되어줄 정부기관의 참여를 독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