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통 3사의 ‘오픈랜(O-RAN)’ 기술 선두 싸움을 위한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오픈랜은 ‘개방형 무선 접속망' 기술로, 무선 기지국 등 이동통신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하고, 장비 연결에 필요한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해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가 상호 연동되게끔 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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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페이스 표준화 통한 장비 연동 기술
장비 수요자 맞춤형 선택…기지국 운영 효율↑
이통 3사, 오픈랜 얼라이언스 참여·선제적 실증
국내 이통 3사의 ‘오픈랜(O-RAN)’ 기술 선두 싸움을 위한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오픈랜은 ‘개방형 무선 접속망' 기술로, 무선 기지국 등 이동통신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하고, 장비 연결에 필요한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해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가 상호 연동되게끔 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의 모든 기종의 휴대폰을 하나의 충전기로 충전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무선 통신 관련 외신에 따르면, 오픈랜은 2023년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CSP(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2022년에 오픈랜 관련 연구에 착수했고, 그 추세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한편 오픈랜이 언제 규모를 갖출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게 나오고 있다.
미국의 통신 기업들은 2025년 이후 오픈랜이 안정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했고, 디지타임스리서치가 3GPP 기반 RAN, 오픈랜 제품 및 서비스 공급업체 20여곳을 대상으로 2021년과 2022년 하반기에 진행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0%가 오픈랜이 주류가 되기까지는 4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대규모 채택을 위해 기술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다는 평가 때문이다. 오픈랜 장치 최적화 시 호환성 문제, 보안 관련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CSP가 기존 공급업체의 RAN 솔루션을 채택하는 동시에 소규모의 구축 환경에서는 오픈랜 개발을 계속할 것으로 예측된다.
■ 이통사·중소 장비사 ‘환영’, 주요 장비사는 ‘눈치’
신중한 시각이 존재하지만, 오픈랜 상용화는 이동통신사업자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다.
기존에는 이통사가 기지국 구축하려면, 하드웨어(장비)와 소프트웨어가 동일 업체 제품으로 사용해야 했으나, 오픈랜이 적용되면 통신사들은 향후 주요 제조사들의 장비에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호환해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장비를 수요자 맞춤형으로 골라 쓸 수 있어 신규 망 구축에 대한 비용을 쓰지 않아도 된다. 또한 기술의 고도화로 대규모 망 생성 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해 경제적 측면에서 장점을 가져 오픈랜은 향후 6G 선도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SKT 류탁기 인프라 기술담당은 “오픈랜은 AI 시대에 지능화된 네트워크로 진화하기 위해 중요하며, 5G 고도화 과정과 6G 서비스를 위해서도 필요한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 장비 의존성을 탈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픈랜이 적용되면 보안성을 강화하고, 기지국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점에서 국내 이통 3사는 오픈랜 기술을 반기고 있다.
오픈랜 기술은 국내 중소기업도 기회다. 통신사가 장비 제조사에 종속되지 않기 때문에 늘어난 선택지에 중소 장비사도 포함될 수 있게 됐다. 즉,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는 기대다.
▲LG유플러스가 국내 중소 장비 제조사 삼지전자와 오픈랜 기술 개발에 협력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일 글로벌 통신장비 제조사 노키아, 국내 통신장비 제조사 삼지전자와 협력해 오픈랜 국제 표준 규격에 기반한 O-DU(분산장치)와 O-RU(안테나) 장비를 연동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양사는 오픈랜 얼라이언스(O-RAN Alliance)가 제정한 표준에 기반한 노키아 O-DU와 삼지전자의 O-RU 장비가 상용 코어장비와도 연동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는 노키아, 삼지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해 국내 통신환경에 적합한 오픈랜 장비를 추가로 개발하고 필드 트라이얼을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반면 화웨이, 에릭슨 등 주요 장비 제조사들은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개방형 소프트웨어가 나오면 기존과 달리 이통사가 장비사에게 소프트웨어를 받아쓰지 않아도 되고, 이통사가 장비를 선택해서 쓰게 되는 과정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이통 3사, 오픈랜 연구 개발 사업 속도낸다
이통 3사는 국제 오픈랜 표준화 단체인 '오픈랜 얼라이언스(O-RAN Alliance, O-RAN 얼라이언스)’에 참여하고, 장비 제조사와 협력해 기술 선점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오픈랜 얼라이언스는 국내 이통 3사를 비롯해 AT&T, 티모바일, 버라이즌, 보다폰, 차이나모바일, 도이체텔레콤, NTT도코모, 오렌지 등 글로벌 이동통신 사업자가 2018년 출범한 오픈랜 연구체다.
SK텔레콤은 작년 12월 오픈랜 얼라이언스가 주최하는 ‘플러그페스트(PlugFest)’ 행사에 주관사 자격으로 참여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에치에프알(HFR), 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 인텔(Intel), 키사이트테크놀로지스(Keysight Technologies)와 오픈랜 규격을 준수하는 기지국 장비에 대한 다양한 실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0일에는 노키아와 함께 클라우드 기반 오픈랜 가상화 기지국을 상용망에 설치, 필드 시험을 진행했다. SKT는 "안정적인 5G 서비스 속도 및 커버리지 성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KT는 지난 6일 일본 NTT도코모, 후지쯔(Fujitsu)와 오픈랜 테스트베드를 서울 KT 융합기술원에 구축하고 개방형 5G 기지국의 멀티벤더 상호 연동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자체 개발한 개방형 5G 기지국 장비를 후지쯔의 5G 장비와 연동해 상호 운용성 검증을 완료하고, 작년 10월 말 가입자가 사용하는 단말기에서 발신한 신호를 기지국을 거쳐 코어망까지 전달하는 종단간 연결호 시험에도 성공한 바 있다.
작년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킷에 따르면 오픈랜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42%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0년 320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예측된다.
5G 고도화 및 6G 통신 시장 판도를 바꿀 오픈랜 기술 확보를 위한 이통사들의 분주한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