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의 캐즘은 배터리 업계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LFP배터리 공급망의 중국 집중화와 다가오는 미국 대선 등으로 앞날도 뚜렷하지 않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24 1Q LG엔솔 가동률 57.4%·SK온 69.5%…북미 지역 공급 과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승리 시, 내연차 중심 정책 선회 전망
2025년 LFP 배터리 점유율 삼원계 역전…LFP 공급망 중국에 특화
전기차 시장의 캐즘은 배터리 업계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LFP배터리 공급망의 중국 집중화와 다가오는 미국 대선 등으로 앞날도 뚜렷하지 않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킨텍스에서 열린 2024 세계 배터리 & 충전 인프라 엑스포에서 탄소중립산업포럼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글로벌 배터리&충전 인프라 미래전략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해 ‘글로벌 이차전지 소재 산업 선도를 위한 미래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고성장을 지속하던 전기차 시장이 캐즘으로 인해 시장 위축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양적 성장을 지향했던 국내기업들이 캐즘으로 인해 밸류체인 전반에 공급 과잉도 우려된다”고 전했다.
2023년 기준 전세계 전기차 침투율은 15.8%로 자동차 판매량 8,950만대 중 전기차는 1,420만대를 차지했다.
얼리 어답터의 구매로 인한 침투율 13.5%, 34%를 대중화 단계로 보았을 때 대중화로 넘어가기 전 성장이 지체되는 캐즘을 겪고 있다고 분석된다.
국내, 미국 소비자 모두 전기차의 우려요인으로 높은 차량 가격 및 유지, 보수 비용을 높은 순위로 꼽았다.
박 수석연구원은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연차 대비 여전히 4.8% ~ 18.4% 높은 전기차의 TCO(Total Cost of Ownership, 총 소유 비용)를 내연차만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 자동차 TCO : 신차 구매 가격 + 유지 보수 비용(연료, 보험, AS) + 중고차 판매 가격
미국의 전기차 신차와 중고차 가격 차이가 단적인 예다.
2022년 10월, 2023년 동월을 비교했을 때 내연차의 가격 하락폭이 5.1%인 반면 전기차(테슬라 모델3)는 33.7%로 매우 높다.
전기차 시장의 매우 유망한 전망으로 기업들이 이차전지 관련 시설을 경쟁하는 것 마냥 증설했으나 전기차 판매 부진과 완성차사의 재고 소진의 영향으로 현재 가동률이 급락했다.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의 가동률은 73.6%, SK온은 86.8%였으나 2024년 1분기에는 각각 57.4%, 69.5%로 떨어졌으며 해외시장 특히 EU 지역은 30%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박 수석연구원은 전했다.
북미 시장 선점과 IRA 보조금을 받기 위해 K-배터리 3사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공장을 늘렸으나 2025년부터 공급 초과 전환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2 ~ 3년간 가동률 저하도 우려된다.
다가오는 11월 미국 대선도 전기차 업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민주, 공화당 모두 탈중국 공급망 관련 정책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바이든의 민주당은 중국산 전기차의 관세를 연내 25%에서 100%로 높이고, 배터리 및 부품 또한 7.5%에서 25%로 대폭 증가시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를 견제하고 미국 전기차와 배터리의 핵심 생산지인 7개 주(미시간, 네바다 등) 국민들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막강한 후보로 꼽히는 도널드 트럼프도 대중 무역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이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공약보다 더 높은 수위를 보이고 있다.
대중 최혜국 대우를 철폐하고 모든 제품에 6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자국의 자동차 노조를 위해 내연차를 중심으로 한 정책으로 선회할 것이라 발표했다.
전기차 정책의 핵심인 IRA의 폐지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폐지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며 대신 지급 요건을 강화하고 재원을 축소하는 행정조치는 가능할 것으로 보여 전기차 시장에 피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
2024년 5월 기준 두 후보의 승부를 가를 미시건, 펜실베니아 등 7개 주에서 모두 트럼프 지지율이 앞서고 있다.
LFP 배터리 시장의 확대 또한 우리나라에게 반가운 소식은 아닐 수 있다.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은 프리미엄 전략으로 삼원계(NCM, NCA) 배터리의 기술과 품질을 고도화하며 성장했다.
반면 위에서 언급했듯이 전기차 구매 가격이 소비자들의 고려 사항으로 꼽히고, 화재에 대한 안전성 또한 관심사로 떠오르며 주행거리는 비교적 짧으나 저렴하고 안전한 LFP 배터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2020년 삼원계 배터리의 점유율은 77%, LFP 배터리는 22%에 불과했으나 2025년부터 뒤집히고, 2035년에는 삼원계 26%, LFP 48%로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에 국내 배터리 업계도 LFP 배터리 연구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며 코엑스에서 열렸던 인터배터리 2024에서 LFP 배터리가 전시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술과 품질은 의심할 것이 없으나 LFP 배터리의 공급망과 제조 공법이 중국 기업들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은 문제로 꼽을 수 있다.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황산철, 인산암모늄, 탄산리튬 모두 중국이 가장 많이 생산하고 저가에 공급할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탄산리튬 생산국이며 점유율은 68%에 달한다.
또한 중국은 티타늄 산업의 폐기물인 황산철을 저가로 활용하는데 세계 최대 이산화티타늄 제조국 역시 중국이며, 인산암모늄의 점유율도 30%로 1위다.
박재범 수석연구원은 “LFP 배터리의 공급망과 제조 공법이 중국 기업들에게 특화되어 있어 앞으로 경쟁력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