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더딘 수요 회복과 일부 고객사 완제품의 재고 적체 개선이 지연되면서 반도체 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늦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관측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에 따른 시장 상황 전반을 포함해 소비 심리 둔화에 따른 불확실성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사진:삼성전자)
8·9월 반도체 수출 실적 전년比 20%대 감소
팹 가동률 70~80%, “연말 보너스 기대 안 해”
IT 수요침체 원인多…일반서버·가전 수요 ‘뚝’
최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더딘 수요 회복과 일부 고객사 완제품의 재고 적체 개선이 지연되면서 반도체 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늦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관측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에 따른 시장 상황 전반을 포함해 소비 심리 둔화에 따른 불확실성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기술이 산업계와 소비자 서비스 등 전반에 걸쳐 수요를 이끌면서 AI향 반도체 시장은 활황인 반면, 빅테크를 중심으로 일반서버 확충은 다소 둔화된 양상을 보였다. 주요국들의 부동산 경기 하락과 소비자 수요 둔화로 가전 시장에서의 수요도 급감해 반도체 업계가 기댈 곳이 한정적인 상황이다.
■ 반도체 출하량 감소…현장, “연말 보너스 기대 안 한다”
▲2023년 9월 1일~10일 주요품목 수출입현황, 숫자 옆 △표시는 감소 의미(자료:관세청)
국내 반도체 생산라인서 일하고 있는 A씨는 올해 연말 보너스는 없을 것 같다며 침울해 했다. 최근 반도체 경기가 침체되며 마이너스 영업이익을 보이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황은 현장 직원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11일 관세청에서 발표한 ‘23년 9월 1일~9월 1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출 동향은 지난달 대비 16억달러 증가했지만 지난해 대비 12억7,000만달러 감소해 7.9% 하락을 기록했다.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는 지난해 대비 28.2% 수출이 감소해 지난달인 8월까지 13개월 연속 전년비 하락한 것에 이어 14개월 연속 하락을 이어 나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을 보면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자료에서 424억달러로 2022년 대비 38.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년간 높은 출하량과 이에 따른 수출 호조 대비 기저효과에 따른 결과로 볼 수도 있으나 실제적인 출하량 감소와 매출 감소가 급격히 발생하며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파운드리 가동률은 70~80% 수준으로 1분기 기준 TSMC 70%, 삼성전자 80%, UMC 70% 가동률을 보였으며,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낸드플래시 추가 감산을 언급하는 등 전체 반도체 출하량에서 상반기는 둔화세가 지속됐다.
■ 하반기 전망, 점진 회복 기대…불확실성 변수
시장연구 보고서와 시장조사기관 발표를 종합하면 대체로 하반기부터 반등이 예고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서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가격은 4분기 안정화되고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 공급업체들의 감산 효과로 평균 가격은 보합세 혹은 5% 미만의 소폭 급등을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 2023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자료에서도 3분기 이후 낸드플래시의 수요 회복에 따른 수급 개선을 예상했으며 하반기 DDR5 및 모바일 교체 수요 증가로 D램 가격 하락폭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낙관론은 메모리 가격이 매우 낮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제조업체들이 감산 전략으로 공급량을 조절하는 움직임을 근거로 업황 개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2024년 D램과 낸드플래시의 비트 수요가 각각 13%와 1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소비자 전자제품에 대한 시장 수요는 2024년 상반기에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짙은 것으로 전해지며, AI서버와의 경쟁으로 범용 서버 자본 지출이 약화된 것도 우려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AI의 역설, 일반서버 지출 감소
AI 시장의 흥행은 AI 반도체의 수요 급증과 공급 부족을 불러일으켰고 엔비디아 GPU가 관련 시장의 90%를 독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면, AI칩 대란의 역설은 빅테크 기업들의 일반서버 지출의 감소로 이어지며 현재적 관점에서 IT 수요 침체의 한 축이 되고 있다.
업계에선 없는 자본, 투자금도 긁어모아 AI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네이버와 협업하며 네이버향 AI 반도체를 개발 중에 있으며,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HBM 기술 선도에 힘입어 AI 수혜를 선제적으로 가져가고 있는 가운데 사피온을 통해 AI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AI 서버에 들어가는 프리미엄 메모리 제품군에서의 판매가 늘었다고 언급했으며, 이러한 AI향 판매 호조가 적자폭 개선에 주효했다. 2024년까지는 AI향 메모리 발주가 이미 진행된 것으로 전해져 안정적인 캐시카우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AI 서버 매출은 현 시점에선 전체 매출의 20%대 수준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감산과 매출하락을 겪고 있는 시기인 상황에서 빅테크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투자 여력을 AI 서버에 가져간 만큼, 중장기적으론 일반 서버 수요가 2024년 뒷받침됐을 때 업황 회복이 본격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 가전도 부품 발주 ‘뚝’, 건설·부동산 침체에 잿빛 전망
▲2023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자료:한국무역협회)
가전 제품 시장은 프리미엄 라인업으론 일부 수요가 발생하고 있지만, 코로나 시기 폭증한 수요에 대한 기저효과로 현 시점에 중저가 가전 제품들의 수요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전제품 제조사를 고객으로 둔 하청업체들은 가전향 부품 발주가 급감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수요 감소와 재고 적체 영향으로 가전 제조사들도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구소비재인 가전의 특성상 교체주기가 길며, 계절 교체 수요도 소비 침체로 저조한 것이 가전 매출 및 수출 침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현재 부동산 경기 침체가 한국을 비롯한 중국, 미국 등 주요국들에서 발생하고 있어 가전제품 수요 회복은 더욱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자료에서 올 하반기 가전 수출 전망은 37억달러로 상반기 40억달러를 기록한 것 대비 소폭 감소 혹은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30일 전미 부동산 협회에서 제공한 시장 전망 분석에 따르면 올레 소로킨(Oleh Sorokin)은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이 7월에도 둔화세를 이어갔다며, “팬데믹이 끝났음에도 사람들은 사무실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7월까지 사무실 공실률이 13.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도 부동산 개발업체 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와 현재 진행형인 자국 내 부동산 업계 채무 부실 및 경기 침체로 부동산 시장 전반이 둔화 국면에 빠졌으며 경제 전반으로 파급효과가 미치고 있다.
부동산 경기는 내구소비재인 가전, 가구, 기타 용품들의 교체 및 신규 수요 촉진의 주요한 연관 지표인데 글로벌 부동산 침체는 곧 가전 수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및 관련 부품 공급망 내에서 가전제품향 제품군들의 수요도 연쇄적으로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질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는 하반기 가전 동향에서 중국 리오프닝과 관련해 “유미한 수출 증가 효과는 나타나지 않으며, 대중국 수출은 하반기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국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의 주택경기 등이 회복세를 보이며 하반기 수출 소폭 반등 전망”을 밝혀 불확실성 가운데 상승의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