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칼자루를 쥐고 있느냐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같은 기술이나 물건도 어떻게 쓰이는지에 따라 다르다. 인공지능(AI)의 발전도 양면성을 갖고 있다. 2016년 알파고에 이어 2022년 말 오픈AI의 챗GPT가 세상에 등장한 이후, 생성형 AI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은 중요한 한 대목이 됐다.
▲2028년까지 아태지역 IT 전력 용량 추이 (자료=IDC)
아태지역 데이터센터 전력 전년比 9.6%↑
국민 57%, "AI 기술 위험보다 이점 크다"
삼성·LG, 2024 대한민국 올해의 녹색상품 수상
누가 칼자루를 쥐고 있느냐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같은 기술이나 물건도 어떻게 쓰이는지에 따라 다르다. 인공지능(AI)의 발전도 양면성을 갖고 있다. 2016년 알파고에 이어 2022년 말 오픈AI의 챗GPT가 세상에 등장한 이후, 생성형 AI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은 중요한 한 대목이 됐다.
이와 함께 AI가 고도화될수록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력 소비 증가라는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AI 서비스, 제조, 가전 등 AI를 접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사례가 늘어나며 전력 소비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고 있다.
■ AI 열풍, 넷제로를 역행한다?
▲삼성전자 올해의 녹색상품 (사진=삼성전자)
AI가 우리 일상생활의 필수 도구로 자리잡는 동안, 생성형 AI 개발 열풍은 에너지 소비량을 가중시켰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해 ‘넷제로(Net-zero)’를 역행한다는 우려를 가져왔다.
고성능컴퓨팅(HPC), AI 가속기 활용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증설은 고스란히 전력 사용량 폭등으로 돌아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전력량이 2022년 460TWh에서 2026년 최대 1,050TWh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2025년 출시될 엔비디아 블랙웰 시리즈 GB200 NVL72는 랙당 약 140kW의 전력을 소비한다. 랙당 36개 또는 72개 GPU가 꽂히기 때문에 엄청난 전력을 소모할 것으로 예측된다.
IDC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아태지역 데이터센터 IT 전력 용량 지출은 전년 대비 9.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태지역(아시아/태평양 지역, 일본 제외) 데이터센터 IT 전력 용량은 5년 연평균 14.2% 증가해 2028년 약 826.7TWh(1년 24시간 가동될 경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KDCEA) 송준화 사무국장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 수는 약 39개였으나, 2027년 약 73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 첨예한 갈등…규제냐 유치냐
▲AI 관련 설문 (자료=과기부)
송 사무국장은 “환경 친화적인 데이터센터 구축이 향후 데이터센터 경쟁력의 중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글로벌 빅테크는 넷제로 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구글, MS, 애플 등은 넷제로 달성 시기를 2030년으로 설정했으나, 데이터센터 확장 투자로 2023년 이후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센터 증설에 제한을 두는 것은 곧 AI 개발 규제와 결부된다. 예컨대 미국, 아일랜드 등 해외에서는 환경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최근 데이터센터 개발에 제한을 두거나, 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전력 소모, 서버를 식히기 위한 액체냉각 방식에 필요한 물 부족 문제 등으로 제3국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행보도 보이고 있다. 구글과 AWS는 말레이시아에 각각 20억달러, 60억 달러를 투자했다. MS는 인도네시아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17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한편 과기부가 지난 7일 실시한 765명을 대상으로 한 공개토론회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국민들의 57%가 AI 기술의 잠재적 이점이 위험보다 많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55% 국민은 안전한 발전을 위해서 규제보다 혁신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국내외 AI 기업들도 AI 개발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해 방한한 오픈AI 샘 알트만도 “규제가 기술 혁신을 막지 않도록, 규제는 필요하지만 기술 자체가 아닌 활용에 대한 규제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 고효율 AI 녹색 가전 바람
▲LG전자 올해의 녹색상품 (사진=LG전자)
AI 가전 업체들은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전력 효율성을 달성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가전제품에 AI 연산에 특화된 저전력 프로세서 및 경량화 AI 모델을 온디바이스 AI로 탑재해 저전력·고성능을 구현하고 있다. 또한 각사는 IoT 앱에 가전제품을 연동해 사용량을 관리 및 조절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2024 대한민국 올해의 녹색상품’ 최고 권위 기업상 ‘녹색마스터피스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비스포크 AI 콤보 등을 비롯한 12개 제품이 선정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새롭게 출시한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는 국내 에너지 소비 효율 최고 등급인 1등급 최저 기준보다 효율이 40%나 더 높다”며, “스마트싱스 ‘AI 절약 모드’를 설정하면 세탁 시 최대 60%, 건조 시 최대 30%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 동급 모델 대비 탄소 발생량을 줄여 ‘탄소저감(Product Carbon Reduction)’ 인증, EPEAT(Electronic Product Environmental Assessment Tool) 등의 친환경 인증도 획득했다.
LG전자도 ‘2024 대한민국 올해의 녹색상품’에서 15년 동안 최장 기간 연속, 15개 제품 최다 수상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핵심 부품 기술력인 ‘코어테크’의 인버터 기술은 모터와 컴프레서의 운동 속도를 변환해 상황에 따라 꼭 필요한 만큼만 제품을 작동시켜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가전의 핵심 부품인 컴프레서와 모터를 자체 개발해 생산한다. 또한 LG 씽큐 앱에서 가전제품의 전력량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LG전자 박태인 H&A스마트제어연구소장은 “고객이 느끼는 작은 불편함부터 새롭게 제안하는 아이디어까지 귀 기울여 고객 경험 중심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차별화된 공감지능(AI) 가전의 가치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